2010년 9월 21일 화요일

그리움만 쌓이네 (노영심)


이등병때 뜨던 노래, 곡이 참 애틋하다 여겼는데 알고보니 옛노래를 다시 부른거였다

막사에 해가 저물때 현관에서 쪼그러앉아 전투화 닦던 때가 떠오른다. 안에선 이런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아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난생 처음 해보는 군생활, 낯설고 무서운 고참들, 늘 바쁘게 움직여야 욕먹지 않던 시절

유일한 위안은 담배 뿐이었다. 전투화 다 닦고나서 막사 밖에 나와 검은 산 위에 뜨는 별 보며 한대 피우면, 고단하고 막막한 나 아닌 다른사람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 되었다

그때 들리던 노래가 모든걸 떠오르게 한다. 풀냄새, 나무냄새, 구두약냄새, 막사 냄새
선선한 밤공기, 담배냄새, 그리워했던 얼굴들, 막사입구의 노란 백열등 불빛

기름기 빠진 내 얼굴, 짧은 머리, 군복소매의 촉감

정신없이 지나온줄 알았는데 참 많은게 기억난다. 어제일보다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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