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9일 월요일

군대에서 담배가 맛있었던 순간


-여름 오후 비오는 날, 막사 현관 처마 밑에서 촉촉한 비냄새 풀냄새 맡으며 피울때

-이등병때 정신없는 일과 보내고, 전투화 닦고나서
누런 백열등 켜진 처마 밑에서 한대 피울때

-진지공사 하느라 반바지만 입고 하루종일 산속에서 삽질 하다가
10분간 휴식때 사온 초코파이와 사이다 먹고 한대 피울때

-일병진급 해서 다녀온 첫휴가 마지막날
부대 근처 읍내 다방에 도착해 복귀 1시간 남기고 피우는 마지막 담배
지옥의 아가리에 걸어들어가기 직전의 기분을 달래주는, 한없이 깊은 그 맛

-새벽2시 탄약고 근무 마치고 돌아와 아늑하고 좁은 막사 현관에 앉아 컵라면 먹고 나서 피울때

-병장 되서 작업 열외로 빈 막사 지키며 
따스한 봄햇살 아래 새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가운데 한대 피울때

댓글 4개:

  1. ㅋ ㅋ 공감하는 분들이 꽤 많을 듯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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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 역시 적!극! 공감합니다.
    특히 "지옥의 아가리에 걸어들어가기 직전의 기분"이라는 표현에요.
    저도 첫 백일휴가 복귀할 때 "도살장 끌려가는 소의 기분"이 이럴까 싶었는데, 그것도 제 발로 걸어가야하는 소. ㅠㅠ
    그래서인지 복귀 직전에 먹었던 닭갈비가 제대로 넘어가지도 않았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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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 동안 글이 안 올라와서 궁금해 하고 있는 중 입니다. 별일 없으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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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가 게임 만드는데 요즘 마무리 하는 중입니다. 안부 감사합니다
    댓글 달리면 기뻐서 여러번 읽는데, 변변치않은 글임에도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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