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3일 월요일

오자병법

재미★★★
깊이★★★★★
지은이 : 오기
옮긴이 : 김경현 (육사 아주어과 교수)
펴낸곳 : 홍익출판사

김경현님이 쓴게 단순명료한 해석과 서술로 특히 좋았다
160여 페이지의 1/3은 책과 오기에 대한 주변이야기 나머지 2/3이 본문으로, 내용은 비교적 짧다

핵심을 찌르는 비유와 논술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구절이 많다
중국의 수많은 병서 중 백미라는 무경칠서武經七書, 그 일곱 중에서도 으뜸인 손자병법에 버금간다고 일컬어진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기를 바라며 싸우면 죽는다'고 일갈하신것도 이 책에서 유래했다

성경, 손자병법과 같은 책들은, 은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서술때문에 여러번 읽을수록 의미가 새롭고, 더 깊은 맛이 우러나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게다가 전자들보단 비교적 읽기 쉽다.

오자병법은 첫부분부터 감동적이다.

'오기가 유생 차림으로 병법을 진언코자 위나라 문후를 배알하였다. 그런데 문후가 "과인은 전쟁과 관계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소"라고 너스레를 떨자, 오기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드러나는 현상을 보면 이면에 숨겨진 것을 짐작할 수 있고, 과거를 미루어 미래를 살필 수 있습니다. 주군께서는 어찌 속마음과 다른 말씀을 하십니까? 지금 주군께서는 사시사철 내내 짐승의 가죽을 벗겨 옻칠을 하고 채색을 입히며 문양을 그려넣게 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만든 갑옷은 겨울에 입어도 따뜻하지 않고, 여름에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또 2장4척이나 되는 긴 창과 1장2척의 단창을 만들고, 수레에 가죽을 덧씌우며 튼튼한 바퀴를 달게 하십니다. 이런 창과 전차는 보기에 아름답지도 않을 뿐더러 사냥하기에도 그리 적합하지 않습니다. 저는 주군께서 이런 것들을 어디에다 쓰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공격하고 방어할 만한 군사력을 충분히 갖췄다 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 이것은 마치 알을 품은 닭이 너구리와 싸우고 새끼 딸린 어미개가 호랑이에게 덤비지만, 이들이 투지가 있더라도 결국 잡아먹히고 마는 경우와 같게 될 것입니다.
옛날 승상씨라는 군주는 덕만 닦고 군사력을 소홀히 하다가 망국의 화를 입었으며, 유호씨라는 군주는 군사력만 믿고 전쟁을 일삼다가 사직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영명한 군주는 이러한 사실을 거울삼아 안으로 문덕을 닦고 밖으로 무비에 힘쓰는 것입니다. 군주로서 적의 침략을 받고도 나아가 싸우지 않는 것은 의롭다 할 수 없으며, 전쟁에 패하고 나서 죽은 병사의 시신을 보고 슬퍼하는 것은 어질다 할 수 없습니다."


이에 문후는 친히 자리를 마련하여 자기 부인에게 술을 따르게 하였으며, 종묘로 가서 오기에게 술잔을 올려 고하게 한 뒤, 대장군으로 삼아 서하를 지키도록 하였다. 이후 위나라는 제후들과 76회의 큰 싸움을 벌여 64회의 대승을 거두고 나머지는 무승부를 이루면서 사방으로 천리나 영토를 확장하였으니, 이 모두가 오기의 공이었다.'
(서장)

'저는 주군께서 이런 것들을 어디에다 쓰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얼마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논박인지, 바로 뒤이어 비유와 역사를 들어 설득에 연결한다.
나는 이런 글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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