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1일 금요일
군대이야기 - 유격
훈련소에선 모두 동기라서 몸만 힘들지만, 자대배치 받으면 모두가 나의 윗사람입니다.
저는 행동이 재빠르지 못하고 눈치가 없어 잔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친한 친구간에도 거친말 안쓰는데 이등병땐 모두에게 행동 하나하나 지적받고, 하루에 수십번씩 상소리에 욕을 들으니 괴로웠습니다.
저는 내무생활보다 행군하는게 더 편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봅니다. 머리 뒷통수에 '지루성 피부염'이 생겼습니다. 여드름처럼 돋아나는데 터지면 고름과 피가 나옵니다. 전염성이 있다면 큰 의무대로 후송 가서 편히 지내며 치료 받았겠지만, 전염성이 없었습니다
저의 첫 훈련은 유격훈련이었습니다.
어려운 동작 반복해 체력 소진시키는 PT체조, 힘들고 재미없습니다.
제대로 하면 일찍 끝내고 쉬게 해준다는데, 아무리 제대로 해도 교관의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채워야 '마음에 안들지만 시간이 없어 이만 한다'는 식으로 끝냅니다.
테레비에서 보던 재밌어보이는 장애물코스는 서너가지 밖에 안합니다. 어떤건 대표로 한명만 합니다. 외줄타기 같은 위험한 것은 만의 하나 사고 날까봐 간부들이 안시키는것 같습니다
비가 자주 와서 산비탈의 숙영지는 진흙밭이 되었습니다. 삽질 해서 자리를 다듬고, 돌과 나뭇가지 주워와 서너명씩 자는 텐트를 쳤습니다. 바닥, 전투복이 진흙투성이가 됐습니다. 텐트 옆으로 빗물이 개울 되어 졸졸졸 흐릅니다.
밤이 왔지만 잘 수가 없었습니다. 뒷통수가 몹시 간지럽고 따가워서 밤새도록 뒤척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베개를 보니 고름과 피에 젖어있었습니다. 뒷통수는 끈적거렸습니다. 날씨는 덥고 습했습니다. 파리가 붙을까봐 걱정됐습니다
제 머리를 본 사람들 모두 신음소릴 내며 괜찮냐고 물었지만 그때 전 바보같이 '괜찮습니다'라는 대답밖에 몰랐습니다
식판에 밥과 김치와 국을 받아 아침을 먹는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식판에 물이 차오르는걸 보며 금새 다 먹어버렸습니다
이십대 초반이라 견뎌졌던거지, 지금 다시 그짓 하라면 못할것같습니다
하지만 이십대 초반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짓보다 더한 짓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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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염으로 특별히 고생을 더 많이 하셨네요. 그림솜씨가 보통이 아니신 건 알고 있었지만 위의 스푼은 참 잘 그리셨네요.
답글삭제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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