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9일 수요일

군대이야기 (훈련소)


보충대에서 이삼일간 대기했습니다. 군복, 전투화 같은 보급품 받고, 입던 옷은 팬티까지 벗어 집으로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이 소포 받고 우셨다더군요

이삼일 후, 저마다 갈 부대가 결정되었습니다. 저는 경기도 포천의 8사단 신병교육대로 버스 타고 갔습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생각나는건

5월에 흩날리던 눈발

어디든 3명씩 짝지어 다니게 한 것 (탈영이나 자살 같은 사고 예방 위해)

문이 작아 안이 다 보이는 변소 (자살예방 목적인듯)

지정된 장소에서 열중쉬어 자세로만 담배를 피우게 한 것

60년대 풍의 돌을 쌓아만든 막사

10분 안에 하는 찬물샤워 - 쌀쌀한 저녁때 다 벗은 남자 수십명이 좁은 세면장에서 돼지처럼 북적댔습니다

외양간처럼 부실하고 냄새나는 식당



















손으로 '죽음'을 만져본 기분, 수류탄 투척훈련

10분간 휴식때 바라본 포플러나무, 바람 속에 무수히 반짝이던 나뭇잎들

생애 첫 실탄사격

28살 최고령 동기, 그땐 되게 늙었다고 느껴졌는데...

삼촌같이 느껴지던 일병교관, 대통령같이 느껴지던 중대장, 신선같이 느껴지던 부사단장

화생방훈련은 방독면 쓰고 집에 들어가 체조 시키다, 방독면 벗고 1분정도 최루가스 마시고 나가게 했는데, 눈물 콧물 줄줄 흘렀지만 예상보다 가벼워 이게 끝인가 싶었습니다
국민학생때 근처 대학교 시위때 마신 것에 비하면 제겐 장난이었습니다. 한 삼십분은 가둬놔야 내 강점이 드러났을텐데

퇴소식땐 대부분 병사의 가족이 면회왔는데 저마다 음식 잔뜩 싸들고와 자식들 먹이는게 국민학교 운동회 풍경 같았습니다.

95년 6월의 어느날이었네요

댓글 2개:

  1. 전 방독면 쓴 채로 오바이트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ㅋㅋㅋㅋ

    그리고 "28살 최고령 동기, 그땐 되게 늙었다고 느껴졌는데..." 이것도 팍팍 동감이 되네요. 차라리 한 28이나 30살 정도 되면 그래도 나이 대우 조금이라도 해주던데, 전 어정쩡하게 25살에 입대를 했더니 괜히 서럽기만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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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한살 어린 고참에게 상소리 들어도 분하던데, 고생하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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