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5일 화요일

군대이야기 - 가장 추웠던 하루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어느날이었습니다

공용화기(기관총 같은 큰 총) 사격과 탄소비를 위해 사격장에 갔습니다

1년마다 탄약을 소비해야할 양이 있는데, 일정상 사격횟수를 못 채워 남으면 날 잡아 탄소비를 합니다

부대에서 몇km 떨어진 사격장에 도착 후, 가는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상 밖의 날씨여서 우의를 가져오지 않아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어깨가 아래위로 5cm 이상 들썩일 정도로 와들와들 떨었습니다. 멈출수가 없더군요

고등학생때 국어선생님이 해준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조선시대 봄에 해변에 왜구가 상륙했는데 비 맞고 얼어죽은 기록이 있더라는. 그땐 안믿어졌습니다. 아무리 춥기로 봄에 비 맞는 정도로 사람이 죽을까

혹한기 훈련의 추위는 손끝 발끝이 따가워지는 아픔이지만, 비에 젖은 저체온상태는 온몸을 주체할 수 없게 몸서리 쳐지는 추위였습니다. 심한 몸살 비슷했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몸 말리고 지붕 아래서 쉬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겠다 싶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는 야전의 험난함을 실감했습니다.
입대 전엔 까진 상처는 약 안발라도 아물었는데, 군대에선 놔두면 곪아 썩으려 하고
단 것이 더 맛있고

수염 난 후 처음으로 부모님이 보고싶어지기 시작한 이등병의 어느날이었습니다

댓글 2개:

  1. 군대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결코 경험하지도 못했고 듣도 보도 못했던 봉와직염.
    3월 말의 훈련소는 왜 그리도 춥던지. 담장 하나로 겨울과 봄이 갈려 있는 듯한 그 느낌.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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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방문 감사합니다. 분발해서 계속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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