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전개하는 진지가 부대에서 행군거리로 4시간쯤 떨어진 산에 있었습니다
매년 한번씩 가서 보수하거나 모양을 바꾸기 위해 새로 팝니다
한번 가면 2주 정도 진지 근처의 야산에서 텐트생활을 하며 매일 공사하러 다닙니다
그땐 흙을 파내고 폐타이어로 벽을 쌓아 교통로와 진지를 만들었습니다.
대개 솜씨 없는 이등병은 타이어를 산 아래서 갖고 올라오는 것 같은 힘든 일을 주로 하고, 일병은 삽질, 상병은 비교적 위험한 곡괭이질, 병장은 줄맞춰 쌓고 확인감독을 합니다
땅 파다 칡뿌리가 나왔는데 이를 알아본 병사가 있어 한움큼 얻어먹었은 적도 있습니다
산 속에서 일하니 그늘이 많았지만, 반바지만 입고 일해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50분 일하고 10분 쉽니다. 시간이 되면 누군가 '10분간 휴식!' 외치고 다른 병사들도 따라 외쳐 산에서 산으로 전달됩니다
가끔 한두명 근처 가게로 보내 간식을 사옵니다. 이를 '부식추진'이라고 합니다.
페트병음료 두어개랑 초코파이 같은걸 사와 나눠먹고 나서 담배를 피우며 쉽니다.
먼 풍경 바라보며 연기 뿜어야 숨 좀 쉬는것 같습니다.
타이어 두개를 들고 약 200m 고지까지 두어번 쉬고 올라갔습니다. 이등병땐 좀 천천히 하려고 하면 욕 듣습니다. 그래서 늘 방금 쉬기시작한듯한 표정과 자세를 체득하게 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연장 챙겨 근처의 숙영지로 돌아옵니다.
야전취사장에서 취사반이 지은 밥과 반찬을 반합에 타옵니다. 힘껏 일 하고 돌아와선지 텐트 밖에서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슬리퍼 신고 세면도구와 속옷 들고 논과 개울을 지나 걸어가면 벌판 가운데 파이프와 가림막으로 세운 간이샤워장에 도착합니다. 지하수로 땀을 씻고 돌아오면 개운합니다.
진지공사 나오면 좋은점이, 몸이 힘드니까 성질 나쁜 고참도 잔소리 덜 하고 쓸데없는 군기 안잡습니다. 그리고 이등병도 술을 마실 기회가 있습니다. 점호까지 마치면 똘똘한 일병이 임무를 맡아 '부식추진'을 다녀옵니다. 이런 짓은 보통 분대별로 합니다. 7명~10명
소주 한두병, 고추참치캔 한두개, 새우깡 한봉지 정도 사옵니다. 똑같이 돈 내고 똑같이 나누어먹었습니다. 모두 한두잔 정도로 만족합니다. 그립던 술, 못먹다 마시니 목마른 사슴이 이슬 마시듯 값지게 먹었습니다
텐트 밖으로 나가 따스한 밤공기 속에서 담배 한대 피우며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고요한 밤이 가면 또 힘들고 더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글로 쓰다보니 잊었던 기억도 돌아오네요
참 군대에선 희한한 말들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부식추진도 그렇고 라면불출, 거부대책. 아마 일본식 한자들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건 반드시 고쳐야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답글삭제쓸데없는 군기도 마찬가지고요.
동감입니다 '시건장치'라는 말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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