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전투단 훈련, 월요일부터 5박6일
매일 평균 10시간씩 행군했습니다. 가장 많이 걸은 날은 14시간이었습니다.
자기 키만한 무반동총을 메고 비틀비틀 걸어가다 장렬하게 낙오한 병사도 있었습니다.
행군 10시간까지는 입대 전 여자친구와 놀던 때를 떠올리며 버틸수 있었습니다
12시간 넘어가니 누구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낙오하면 다른 전우들에게 체면 깎이는게 두려워 참았습니다
밤에 도로변을 가는데 어찌나 졸립던지 차가 다니는 쪽으로 기울다가 되돌아오길 반복했습니다
졸지 않으려고 속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필 떠오른 노래가 '어머니의 노래'였는데, 설움에 북받쳐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밤이어서 얼굴을 안들킨게 다행이었습니다
멀리서 노래방 소음같은게 들려왔습니다. 이 한밤중에 마을에서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모여 노나 했습니다
고개 들어 주의를 기울일 기력도 없어 거의 다 와서야 그들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정복으로 단장한 사단군악대였습니다. 우리를 기다렸구나, 우리를 위해 이렇게 연주를 해주다니, 우리의 고난을 알아주는 이가 있었다니 감격하며 그들앞을 지나갔습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들의 빨간 정복과 금관악기가 눈부셨습니다.
천사들의 나팔소리를 듣는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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