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6일 화요일

군대이야기 - 경험

-철원 부근을 행군할 때 목이 말라 길 가의 밭에서 무우를 하나 뽑아 먹었습니다
군번줄로 흙 묻은 껍질만 긁어내고 나눠먹었는데, 맵지 않고 시원한게 마치 참외 같았습니다

-훈련중 중대가 산 속에서 반나절쯤 머물렀습니다. 작은 골짜기에 낙엽이 수북이 쌓였는데, 깊이가 1m도 넘었습니다
거기에 옷 입은 그대로 몸을 묻고 따스하게 두어시간 잤습니다. 밖에서 잔 가장 쾌적한 잠으로 기억됩니다

-폭우가 쏟아져서 야외교장 지붕 밑에서 쉬고있는데, 폭포처럼 떨어지는 빗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손으로 받아 먹어봤습니다
경기도 포천 외진 곳이라 오염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빗물의 맛은 몹시 쓰고 시다는걸 알았습니다.

-대대 회식때 쓸 돼지 두마리를 살찌우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선임과 저 두사람이 정성껏 키웠습니다.
음식찌꺼기를 두 통 가득 퍼서 물장수처럼 돼지우리까지 날라 먹였습니다. 밥때마다 돼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우리 위에 쪼그려 앉아 한참 구경했습니다. 우리의 바닥이 오물로 가득 차면 청소도 했습니다
장마철 돼지우리가 잠길땐, 비 맞으며 높은 지대에 임시우리를 짓고 돼지를 끌고 가 옮겼습니다.
대대회식날이 되자, 시골출신 하사관이 돼지를 직접 잡았습니다. 덩치 큰 짐승이 바로 죽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니 끔찍하고 가슴아팠습니다

-초여름, 며칠간 비가 많이 오던 어느날 밤 이 빠지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족에 화가 생긴다는 흉몽입니다.
이삼일 후 주말에 부모형제와 친척이 면회 와서 외출 나갔습니다.
차 두대에 나눠타고 산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산이 무너졌습니다. 앞차의 보닛 부분과 도로의 반이 흙으로 덮였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갔다면 앞차의 가족이 다칠뻔 했습니다
외로운 때라, 가족 생각을 특히 깊이 해서 꿈을 꾸게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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